"저는 항상 혼자인 줄 알고 살았어요. 가슴에 묻어 둔 마음의 상처가 이렇게 큰 줄도 몰랐고요. 하지만 웰다잉 강사님이 가르쳐주신 말씀대로 '나는 너를 사랑해'라는 말을 반복하면서 마음의 문을 열고 보니 제 주변에도 사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새벽 4시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면서 눈물을 흘린 날도 많았지만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린 후부터 세상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22일부터 11월까지 총 12회
60세 이상 30명으로 정원 제한

유언·상속 법적인 준비 도와
연명 치료 거부 의향서 작성도
"생의 아름다운 마무리에 필요"

요즘 김순자(가명·73) 씨는 몸과 마음이 부쩍 가벼워졌다고 했다. 평소 부부 갈등이 심했다는 김 씨는 지난해부터 우울증까지 앓으면서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단다. 그런 와중에 가까운 친지의 소개로 지난 3월, 부산시노인종합복지관에서 개설한 웰다잉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모든 것이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자서전을 쓰면서 며칠간 울어도 보고 장례 체험을 하면서 겸손해지는 자신을 발견하면서 모든 것을 털어버리고 주변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자세를 배운 덕분이라고 했다. 그 속에서 김 씨는 정신과 치료를 받아도 낫지 않던 우울증도 점차 없어지는 등 편안하게 노후를 맞이할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고 수료식 날 발표한 소감문을 통해 말했다.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 그 속에서 아름다웠던 기억과 아팠던 기억을 하나씩 정리하면서 삶을 마무리하는 과정을 도와주는 웰다잉 교육 프로그램이 최근 인생 황혼기를 맞은 시니어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죽음에 대한 공포를 줄여주면서 남은 삶을 좀 더 가치 있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취지로 진행되는 교육과정이기 때문이다.

부산시노인종합복지관은 이 같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이달부터 웰다잉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아름다운 삶, 아름다운 마무리'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웰다잉 교육 프로그램은 총 12회로 구성되어 있다.

'나를 찾아가는 시간 여행을 통한 인생 회고와 자서전 쓰기', '가족 등 주변 지인에 대한 상실감과 슬픔 다루기', '용서하지 못한 사람을 놓아주고 용서받지 못한 사람으로부터 놓여나기'를 비롯해 '감성 다루기' 등이 주요 교육 과정으로 등장한다. 여행과 고향 방문, 그리운 친구 만나기 등 그동안 미루어 두었던 과제를 실천하는 '소망나무 가꾸기' 시간도 마련되어 있다.

실용적인 측면에서는 유언과 상속 등과 관련한 법적인 준비 절차를 알려주는 강의도 진행된다. 사전 장례의향서와 연명 치료 거부 의사를 미리 밝혀 두는 사전 의료의향서, 사전 치매의향서를 미리 작성하는 '준비하는 노년' 시간도 마련되어 있다. 노인 자살을 예방하는 교육, 존엄한 죽음과 관련된 호스피스 제도에 대한 강의도 준비되어 있다. 마무리 단계에선 자신이 꿈꾸는 장례식을 구체적으로 그려보기도 한다. 일반 장례식에서 사용되는 관에 들어가 누워보면서 자신이 살아온 지난날을 되돌아보는 이색 체험 시간도 가진다. 남은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과 화해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쓰는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다.

오영진 부산 웰다잉연구소장은 이에 대해 "우리나라 시니어 중에는 앞만 보고 열심히 살다가 제대로 마무리도 못 하고 떠나는 사람이 많다. 이 같은 후회를 시니어들이 반복하지 않고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마지막을 아름답게 장식할 수 있는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린다는 뜻에서 웰다잉 프로그램은 반드시 필요한 교육 과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부산시노인종합복지관은 오는 22일부터 오전 10시~11시 30분 매주 한 차례 12회에 걸쳐 웰다잉 교육을 시작할 예정이다. 60세 이상 부산지역 시니어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정원은 30명으로 제한된다.

참가를 원하는 사람은 부산 연제구 거제천로 230번길(연산 4동) 부산시노인종합복지관 2층 사무실을 방문해 개별적으로 참여 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 교육 장소는 5층 소강당이며 수강료는 무료다. 자세한 사항은 051-853-1872~4로 연락하면 친절하게 안내받을 수 있다.

정순형 선임기자 junsh@busan.com



출처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6080100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