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으로 일하다 퇴직한 신윤철 씨(가명·89)가 거주하는 곳은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 위치한 ‘강서 시니어스타워’다. 신 씨는 보증금 3억5000만원에 월 생활비 160만원을 내고 2012년 입주했다. 약 4년간 이곳에서의 생활이 매우 만족스럽다는 신 씨. 집안일을 대신해주는 건 물론이고 건강에 좋은 세 끼 식사를 제공받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신 씨는 몸에 이상이 있을 때 인근 송도병원에 긴급 호출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신 씨의 아내는 지병으로 거동이 불편하지만 안방, 화장실 등 집안 곳곳에 비상 버튼이 있어 응급 상황 시 버튼만 누르면 바로 간병인이 올라와 조치를 취한다. 신 씨는 “처음엔 비용 부담에 입주를 망설였지만 지금은 매우 만족한다. 주변에 또래 친구가 많아 함께 동호회 활동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한다.
고령화 시대에 접어드는 요즘 도심형 시니어(실버)타운이 노후 주거지로 각광받고 있다. 고령층 입장에선 자녀 눈치를 보지 않고 편안한 주거환경에서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매력적이다.
시니어타운은 ‘건강한 중상류고령층이 사는 아파트’란 개념 정도로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법률적으로 정의된 용어가 아니기 때문에 가끔 요양시설 혹은 양로시설 등과 혼용돼 사용된다. 하지만 요양원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시니어타운은 정부 보조를 받지 않고 60세 이상 입주민 자비로 운영되는 시설을 뜻한다.
시니어타운은 입주 방식에 따라 크게 분양, 종신이용권, 임대로 나뉜다.
가장 보편적인 임대형 시니어타운은 일정 금액을 보증금으로 낸 뒤, 생활비(식비 포함)를 매달 월세 방식으로 납부하는 유형이다. 분양형은 말 그대로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분양받듯 일정한 돈을 내고 소유권을 사는 형태다.
입지에 따라 도심형, 도심과 가까운 도시근교형, 도시를 벗어난 전원형 등으로 구분된다. 최근 들어 한적한 전원형 시니어타운보다 도심생활을 즐길 수 있는 도심형 시니어타운이 인기를 끈다.
도심형 시니어타운은 교외보다 의료시설이 잘 구비돼 있고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편리하다. 자식이나 손자 등 가족을 만나기도 용이할 뿐 아니라 쇼핑, 스포츠 등 생활편의시설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한세 스파이어리서치 대표는 “시니어타운에 입주할 정도로 여유 있는 사람은 대부분 도시에서 살아왔다. 이들이 낯선 시골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도심형 시니어타운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도심형 시니어타운 대표주자로는 서울 광진구 ‘더클래식500’, 종로구 ‘골든팰리스’, 수도권 전역에 있는 ‘서울시니어스타워’, 경기 용인시 ‘삼성노블카운티’ 등이 꼽힌다.
지하철 건대입구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위치한 더클래식500은 최고급 시니어타운으로 꼽힌다. 40층, 50층짜리 건물 2개 동으로 구성돼 있다. 더클래식500은 건국대에서 운영하는 시니어타운으로 건국대병원과 연계해 종합 건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특징. 입주 회원도 전직 외교관, 판사, 고위 공무원, 사업가 등 상위 1%에 속하는 사람이 많다. 국내 시니어타운 중 가장 비싼 축에 속하지만, 공실을 찾아보기 어렵다. 더클래식500 관계자는 “현재 10세대 이상 대기 중이라 지금 신청해도 언제 입주할지 알 수 없다”고 말한다.
2001년 5월 오픈한 경기 용인시 기흥구 삼성노블카운티도 대표적인 도심 시니어타운으로 꼽힌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운영하는 삼성노블카운티는 독립생활이 가능한 타워동(2개 동 553세대)과 요양센터로 구성돼 있다.
송도병원이 운영하는 서울시니어스타워는 프랜차이즈 형태로 들어선 게 특징. 서울 신당동, 등촌동, 자곡동, 분당신도시 등 수도권 곳곳에 위치해 있다. 최근엔 전북 고창에도 분양을 시작했다. 입주 비용은 평수나 위치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3.3㎡당 1000만~1500만원이며 생활비는 100만~220만원 수준. 다른 곳에 비해 비교적 저렴한 ‘실속형 시니어타운’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도심형 시니어타운이 당분간 계속 인기를 끌 것으로 내다본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한국은 2018년쯤 본격 고령사회에 진입해 노인을 대상으로 한 실버산업이 크게 발달할 전망이다. 도심 내 의료시설과 접목된 도심형 시니어타운은 수요가 많아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시니어타운을 고를 때 유의할 점도 많다.
일단 수억원 보증금에 수백만원 월세를 내는 경우가 많은 만큼 운영업체가 건실한 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일례로 경기 성남 분당신도시에 위치한 시니어타운 ‘더헤리티지’는 최근 경영난에 몰리면서 경매에 들어갔다. 시니어타운에 입주하기 전 운영업체가 얼마나 탄탄한지 살펴보는 게 중요한 이유다. 이왕이면 개인사업자보다는 대형 법인, 병원이 운영 주체여야 안전하다.
임대 방식 시니어타운이라면 퇴소할 때 입주 보증금을 안전하게 돌려받는 것도 중요하다. 입주에 앞서 운영업체가 보증보험에 가입돼 있는지, 전세권 근저당 설정 등 입주 보증금 반환 보증 관련 내용을 계약서에 기재했는지 살펴봐야 한다.
“부득이하게 계약 기간 전 퇴소할 경우 입주자가 얼마나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도 염두에 둬야 한다. 아무리 시설이 좋아도 보증금, 월세가 본인 재정 여건을 벗어나지 않는지 살펴봐야 낭패가 없다.” 장경철 부동산일번가 이사의 조언은 눈길을 끈다.
해외 시니어타운 사례 살펴보니
미국 ‘선시티’ 도시 전체가 시니어타운
우리보다 고령화를 먼저 겪은 다른 국가의 시니어타운은 어떤 모습일까. 시니어타운이 가장 발달한 국가는 미국. 세계 최초 시니어타운은 1960년대 미국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은퇴자 주거단지(CCRC·노인의 건강 문제 등을 고려해 건설한 대규모 주택복합단지) 형태로 형성됐다. 이후 일본, 독일 등 선진국 중심으로 시니어타운이 하나둘씩 생기고 있다.
주로 민간 기업이 운영하는 CCRC는 미국 전역에 걸쳐 3000개 이상 조성돼 있다. 기후가 좋고 뉴욕 등 북동부 대비 물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버지니아, 플로리다 등 미국 남동부 지역과 서부 캘리포니아에 집중 분포해 있다. 특히 애리조나주 피닉스 부근에 위치한 ‘선시티(Sun City)’는 도시 전체가 고령층을 위한 주거타운으로 설계됐다. 대지면적 약 3603만3057㎡(약 1090만평)에 2만6000가구 이상 거주가 가능하도록 구성됐다. 웬만한 미니 신도시만큼 큰 규모로 그 면적만 여의도의 12배에 이른다.
1970년대부터 고령화사회가 시작된 일본도 시니어타운이 발달한 곳으로 꼽힌다. 미국이 거대 주거 단지 형식으로 발달했다면 일본은 한국과 비슷한 ‘고령층 전용 아파트 단지’ 형태로 발전했다. 최근에는 카지노형 시니어타운과 같이 여가시설이 접목된 주거 단지가 인기를 끈다.
일본도 처음에는 민간업자가 운영하는 형태로 시니어타운이 발전했다. 하지만 1980년대 부실 운영 문제가 불거지면서 정부가 규제에 나서기도 했다.
미국, 일본이 상대적으로 민간 주도의 실버타운이 강한 반면, 독일은 정부와 민간이 적절히 조화를 이뤄 고령층 주거시설을 마련하고 있다. 자신의 연금과 보험금으로 비용을 지불하고 부족한 부분은 국가가 채워주는 형태다.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no=349622&year=2016